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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리시, 공무원 소신 꺾는 징계위심의
2019년 01월 30일 (수) 09:08:56 김호영 기자 actor21c@naver.com

규정이행 안내 직원에 ‘과하게 대처했다’ 징계 회부
당사자 소명 묵살, “확인서 수정 말고 의견만 적어 보내라” 압박

1월 23일 오후 3시, 구리시청 3층 상황실에서 구리시청 공무원인 A주무관을 대상으로 한 친절, 공정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심의가 열렸다. 이 사건은 1월 중순 경기도 소청위에서 ‘구리시 징계결과’에 대해 감경 받은 계약직 공무원 B씨의 예와 흡사해 언론 등의 귀추를 주목 시켰다.
   
 

이날 징계심의 위원회는 구리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해 부위원장인 행정지원국장, 총무과 인사팀장과 인사담당자, 안전도시국장, 보건소장 외 교육계, 전직 공무원 등 4명의 외부 심의위원이 참석해 A주무관에 대한 징계심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징계에 대한 법리해석을 도울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징계대상을 위한 변호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 내용은 A주무관이 시립도서관 근무 당시 대민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공무원 성실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친절 공정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감사팀의 조사 사실에 대한 심의다.

지난 해 7월, A주무관과 대관 이용단체인 G베드민턴 클럽 간 작은 마찰이 일었다. 인창도서관 대강당 사용자 준수이행과 관련해 관리담당자와 사용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한 것이다.

그해 8월 19일, G단체는 강당을 이용하며 ‘강당로비에 이용자를 위한 음식물(과일, 떡, 음료 등)을 놓을 테이블 3개를 준비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주무관은 관련 조례와 규칙을 근거로 ‘대강당 내 음식물 반입은 불가하니 로비에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드시는 정도로 정리해 주시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G단체 대표는 ‘이 많은 음식을 기왕 준비해 온 것이니 오늘 만큼은 반입을 가능케 해달라’ 재요구하며 향후 동일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구두 약속했다. 앞서 G단체는 대강당을 사용함에 있어 사용자준수사항에 서명한 바 있다. 서명이 휴지조각이 된 순간이다.

3일후 인 8월 22일, A주무관은 시 감사부서의 요청에 따라 시에 사건의 경위서를 제출했다. 이후 9월, A주무관은 감사부서로부터 경위서 보완요구 통지를 받는다. ‘확인서 제출을 보완요구 하니 기 송부한 확인서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지 말고 확인자 의견만 적어서 9월 28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또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을 시 날인 거부로 간주하고 처리할 계획’이라며 ‘공무원 성실의 의무, 친절, 공정의 의무 위반’을 함께 적시했다. A주무관은 사실과 다른 감사부서의 공문에 불공정 조사를 주장하며 날인을 거부하고 소명자료를 첨부해 제출했지만 A주무관의 의견은 묵살됐다. 민원인의 말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면서 정작 당사자의 소명은 묵살하는 것이 정당한 조사로 보일까.

감사부서가 보낸 온 내용을 함축하면 ‘신속. 공정. 친절. 적법 처리가 안됐다’, ‘통상적이고 선례가 있는 일에 과하게 대처했다’, ‘명확한 근거 없이 확인서 요구하고 서명케 했다’ 등으로 요약된다.

감사부서의 조사대로라면 A주무관은 공무원으로서의 제 소임을 다한 경우다. 뒤집어보면 통상적이고 선례가 있는 일은 규정에 어긋나도 눈을 감았어야했고, 다시 규정을 어기지 않도록 확인서를 받은 것은 잘못된 일이란 말로 들린다.

이 문제는 분명 민원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다. 아무리 민원이 중요하다해도 민원의 정당성부터 조사했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만을 두둔하는 시장의 현장 발언은 규정을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할 정도다. “잘못된 규정을 고쳐야지, 음식물 반입을 왜 금지시키나. 융통성 있게 살자. 경위서 제출하라”. 지극히 자기 해석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잘못된 규정 고치는 일이 즉시 되는 일인가. 분명 절차가 있고 무엇보다도 일개 공무원이 현장에서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담당자로선 당시 규정위반을 직시함이 옳다. 시장 말대로라면 잘못된 규정은 모두 어겨도 된다는 말로 들리고 본인 스스로 위반을 종용하는 꼴이 된다. 규정 위반 차단과정에서 야기된 민원이 징계의 대상이라면 구리시에는 앞으로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선례가 있고 로비는 대강당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물 반입이 인정된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이 말은 구리아트홀의 경우 공연장이 아닌 곳은 구리아트홀이 아니란 말과 비유된다. 또 학교 내에서 고성방가가 금지됐다면 교실 내에서 만의 금지로 봐야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과거 선례 운운하며 직접 몸을 부딪는 운동구역이 아니면 대강당이 아니라는 말장난에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지 조차 생각지 못한 행동이야말로 징계 대상이 아닐까.

사용자 준수사항에는 분명 ‘대강당 내로 음식물, 음료, 커피, 물, 껌 등은 반입금지’라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이라 해도 규정보다 상위법일 수는 없다. 설령 상위법이라 해도 특정인과 연관된 단체에만 적용돼선 안 된다. 정령 시민을 위한다면 잘못된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혜택은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주어져야한다. 공무원만을 몰아세우는 일, 과연 옳은 행정인지 가려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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